
“연예인이나 선수만 하는 거 아니야?” 최근 이같은 편견을 깨고 운동인들 사이에서 조용히 불붙고 있는 종목이 있다. 바로 철인3종(트라이애슬론). 지난주 MBC <나 혼자 산다>에서 샤이니 민호가 2개월 만에 첫 대회에서 상위권에 오르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관심이 더 쏠리고 있다.
수영, 사이클, 달리기를 한 번에 즐기는 철인3종. 몇 시간 안에 물과 바람, 땅을 전부 느낄 수 있는 말그대로 ‘자연의 스포츠’다. 하지만 접하기 어려운 종목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직 많은 것도 사실. 일반인도 도전할 수 있을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고 비용은 얼마나 들까?

19일 대한철인3종협회에 따르면 협회 회원 등록 건수는 올해 5만4484명으로 2019년(4만5944명) 대비 6년 사이 18.5%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만 1990명이 새로 등록했다. 이 가운데 1696건(85.2%)이 남성, 294건(14.8%)이 여성이었다.
1987년 하와이에서 시작됐다고 알려진 철인3종은 수영, 사이클, 달리기를 한 번에 완주해 시간 기록을 겨루는 종목이다. 원조 풀코스(아이언맨)는 수영 3.8㎞, 사이클 180㎞, 마라톤 42.195㎞. 제한 시간은 17시간이다.
그러다 1994년 파리 IOC 총회에서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면서 '올림픽 코스'가 생겨났다. 수영 1500m, 사이클 40㎞, 달리기 10㎞인 이 코스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의 정식 종목으로 등장했고, 오늘날 국제 표준 코스가 됐다. 국내 동호인들이 가장 많이 나가는 코스기도 하다.
올림픽 코스의 세계기록은 남자 1시간 39분 50초, 여자 1시간 50분 51초다. 수영 20분대, 사이클 50분대, 달리기 30분대의 어마무시한 기록이다. 이밖에도 거리별로 슈퍼 스프린트 코스, 스프린트 코스, 하프 코스(하프아이언맨) 등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철인3종의 인기 증가에는 미디어의 영향이 컸다. 2018년 말 MBC <나 혼자 산다>에서 배우 성훈이 철인3종 도전에 나섰고, 작년에는 tvN <무쇠소년단>이 진서연·유이·설인아·박주현의 훈련기를 그렸다. 대한철인3종협회 관계자는 "이 프로그램들이 방영된 이후 올해 참가자가 증가하면서 대회 접수 시 홈페이지가 마비되기도 했다"며 "방송에서 노출되는 것이 종목의 인기를 끌어올렸다"고 분석했다.
또 하나의 원인은 ‘런닝 열풍’. 요즘 달리기하는 사람이 워낙 많다 보니, 한 단계 더 도전적인 운동으로 철인3종에 발을 들이는 인구가 많아졌다는 분석이다. 협회 관계자는 “트레일러닝, 울트라마라톤, 산악자전거 등 도전적인 스포츠의 인기가 철인3종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완주를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30~50대의 자기계발 심리와도 맞는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비싼 운동’이라는 인식은 사실일까? 가수 김범수는 최근 유튜브에 ‘트라이범슬론’이라는 철인3종 도전 콘텐츠를 업로드하고 있다. 1㎞당 10만 원, 총 515만 원을 장애인 거주시설인 주보라의 집에 기부하기도 했다.
그는 “100만 원 이하로 대회에 나가보겠다”는 목표로 저예산 장비 구성에 나섰다. 우선 기본적인 참가 비용부터 살펴보면, 대회 참가비는 약 15만 원, 협회 선수 등록비는 5만 원이다. 수영 장비로는 수모(주최 측 제공), 오픈워터용 수경(3만~4만 원), 보온슈트(중고 15만 원, 대여 시 약 4만 원대)가 필요하다.
사이클 장비는 진입장벽이 가장 높은 파트지만, 중고 장비를 잘 구하면 비용을 낮출 수 있다. 중고 자전거는 40만 원대부터 구할 수 있고, 헬멧은 9만~10만 원대면 구입 가능하다. 자전거 페달과 탈부착이 가능한 클릿슈즈는 선택 사항이므로 기존 운동화를 활용해도 무방하다.
러닝 파트에서는 사이클과 러닝에 함께 착용할 수 있는 경기복이 필요한데, 국내 저가 브랜드 기준 10만 원대에 구입할 수 있다. 고가 브랜드의 경우에도 시즌이 지난 이월상품을 노리면 정가 대비 40~50% 저렴하게 장비를 구입할 수 있다. 운동화는 기존에 쓰던 러닝화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물론 장비를 하나하나 혼자 다 알아보고 준비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철인3종 입문자에게 추천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클럽 가입’이다. 철인3종 동호회나 클럽에 가입하면 코치의 지도를 받을 수 있고, 장비 공동 구매나 중고 거래 정보도 자연스럽게 공유받을 수 있다.
박규남 비커스랩 대표는 “처음부터 장비 욕심을 낼 필요는 없다”며 “엔트리급 장비로 시작해보고, 종목이 나와 맞는지 확인한 뒤 천천히 업그레이드해도 늦지 않다”고 조언했다.
물속을 헤치고 나와 자전거에 올라 다시 두 발로 결승선을 향해 나아가는 경험. 철인3종은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싶은 누구나에게 열려 있다. 출발선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을지도 모른다.